2014.6.5. 팽목항.-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! 허공 중(虛空中)에 헤어진 이름이여! 불러도 주인(主人) 없는 이름이여!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! 심중(心中)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!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!붉은 해는 서산(西山)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(山)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!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!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! 김소월, 초혼 어떤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.미칠 것 같았다. 바람이 쉼없이 세차게 불던 팽목항에서 리본 하나 하나 얽힌 것들을 풀고 거기 적힌 글들을 읽으며 울었다.바람에 섞이는 목탁소리, 염불소리와 작은 풍경 소리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. 그리고 한 전화를 받았다.생명존중교육의 커리큘럼을 디자인하자고. 운명처럼 걸려온 전화를 끊으며 약속했다.생의 떠나야했던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두고 빚을 갚아가는 심정으로 그렇게 두고두고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.지켜봐달라고. 미안합니다. 정말 미안해요.